이웃집 개의 소음 때문에 구청에 민원넣어 봤더니

처음 이 집에 이사를 온 2014년 겨울에서 봄이 될 무렵, 나는 봄이 다가오는 풍경보다 개 짖는 소리와 먼저 조우하게 되었다. 짧고 굵게 짖으면 그나마 좀 들을만 하겠건만, 한 번 짖기 시작하면 목이 잔뜩 쉬어서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2-3분 동안 우렁차게 짖는 그 녀석. 가요 한 곡을 듣는 것과 같은 시간을 성난 개가 짖는 소리로 가득 채워 듣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녀석이 화난 날이면 나는 동네 파출소에 꿋꿋이 신고할 수 밖에 없었다. 반복된 우리의 신고에 그 집을 여러번 방문한 파출소에서도 난색을 표했던 어느 날엔 한바탕 봄비가 내려 온 마을이 다 젖은 덕에 개가 짖는 소리에 이펙트가 더해졌고, 결국 나는 동거인과 함께 그 집으로 행차할 수밖에 없었다.

“실례합니다. 저희는 맞은편 빌라에 사는 사람들인데요. 저희가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3개월이 넘도록 선생님 댁 개가 짖는 바람에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잘 때가 많아요. 저희가 몇 번 녹음도 했는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이중창을 다 닫고 TV를 틀어도 개 짖는 소리가 너무 큽니다. 선생님 댁에서도 조치를 취해주셨으면 합니다.”

스마트폰에 녹음한 개 소리를 틀으려 재생 버튼을 누르려 하자, 런닝바람으로 밖에 나온 아저씨는 짜증을 내며 알았으니 가보라는 한 마디를 남긴 채 대문을 쾅 닫았다. 그 날 처음으로 꿀잠을 잤지만, 다음날부터 개 짖는 소리가 조금씩 들리더니 사흘째 되던 날, 여느 날과 똑같이 개는 또다시 힘차게 짖기를 반복했다.

사실 옥상에서 내려다봤을 때, 개의 꼬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녀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조차 없다.

 

그리고 또 다음 해, 그 이듬해에도 파출소에 줄기차게 신고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 것을 유일한 자부심으로 삼던 우리는 결국 견주의 안하무인에 두 손 두발 다 들며 에어컨을 달았고, 창문을 꽁꽁 닫고 에어컨 바람에 의지해 여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을 주제로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이 이야기를 했더니 누군가 이야기하길.

“그런 건 경찰이 해결해 주지 않아. 구청에 신고해야지.”

유레카. 우리가 왜 구청을 몰랐을까. 게다가 우리는 개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에어컨까지 설치했지 않나. 과연 그 주인은 무슨 노력을 한 걸까. 왠지 억울한 마음이 사무쳐 재빨리 구청에 민원을 넣은 후 며칠이 지났다. 담당 공무원이 이야기하길,

“저희가 직접 나가서 개랑 집주인을 만나봤는데요. 개가 야생동물을 보면 짖는 성향이 있더라고요. 주인분은 너무 시끄럽다면 개를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개를 다른 곳으로 보낸다니. 그 말이 우리에겐 엄청난 협박처럼 들렸다. 그 개는 어디로 가는 걸까. 그런 고민으로 신고조차 못 하고 전전긍긍대다 문을 꽁꽁 닫고 사는 겨울이 되어서야 잠시 개의 존재를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또 봄이 오지 않았나. 봄의 시작을 개 짖는 소리로 맞이하자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 주인은 개를 키울 자격이 없다는 생각뿐. 다시 한번 구청에 민원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민원을 넣어 본 결과, 우리가 사는 서대문구청에는 따로 동물복지과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서울 시내 대부분이 그렇다고 한다. 게다가 구두 신고는 자료도 남겨놓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물론 우리가 작년에 신고한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자리창출과에서 두 명의 공무원 동물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개가 하루 종일 짖도록 방치하거나 이웃에게 소음공해로 피해를 줄 경우에 별도로 보호해 줄 장치나 법이 없다고.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권고’까지이니, 결론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손해배상 청구’뿐이라고.

서대문구청 공무원이 덧붙인 말에 의하면, 개 주인은 공무원에게 역으로 두 가지 민원을 넣었다(?!)

  1. 나도 개를 키우고 싶지 않고(아니 그럼 애초에 왜?!), 민원 때문에 개를 다른 곳에 보내려 했지만 받겠다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유기동물 시설로 보내도 되나(그 경우 과태료 추징이 있을 거라 안내해줬다고).
  2. (과징금도 내기 싫고)그것도 안 되면 잡아먹어도 되나.

구청 공무원은 개 주인에게 “개에게 짖음 방지용 전기 충격기를 달면 어떻겠나” 권유했고, 개 주인은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라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하니 총체적으로 답 안나오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워낙 인권이 땅에 떨어진 나라니 동물권까지 고려할 거란 생각, 물론 하지 않는다. 하지만 피해자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니 이게 뭔 시츄에이션이람. 우리와 가여운 개를 보호해 줄 정책이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런 정책을 만들어 줄 정치인을 세우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는 페미니스트인 후보뿐 아니라 동물권까지 고려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생각이다.

 

이렇게 내 블로그는 망한 이야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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