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 발효액을 담갔습니다 (+오미자차)

쓴맛, 짠맛, 단맛, 신맛, 매운맛이 난다는 오미자. 사실 생과로는 접하기 힘든 과일입니다. 그동안 발효액과 말린 것으로만 구입해오다가 최대한 내가 먹을 것은 만들어 먹도록 노력하자는 다짐 때문에 생과를 직접 구입해 오미자 발효액을 담그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식량주권사업단 언니네텃밭에서 일하는 상근활동가입니다. 그래서 먹거리의 대부분은 언니네텃밭에서 구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상근활동가로 활동하며 어떤 언니(생산자)가,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지 더 깊숙히 알면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언제나 매력적입니다. 저는 전여농과 언니네텃밭 교육에서 종종 뵈었던 경희언니의 오미자를 선택해 오미자를 담갔습니다(경희언니는 설탕과 오미자를 절인 방식으로도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IMG_0995

언니네텃밭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하면 이렇게 오미자가 집으로 배송됩니다.

 

IMG_0996

박스를 열면 빨간 구슬같은 오미자가 이렇게나 가득 들어있네요.

 

경희언니 오미자는 꽃 필 무렵 농약을 딱 한번 쳐서(올해는 가뭄이 심해서 그렇지, 작년에는 무농약으로 재배했다고 해요.) 오미자는 살짝만 헹구려고 했는데 막상 씻다보니 낙엽과 배송중 상한 오미자들이 있어서 씻는 작업이 그리 만만치 않았습니다. 원래는 줄기째로 담근다고 하는데 배송 중 터지며 살짝 상한 문제는 어쩔 수 없었어요. 저는 결벽증이 심한 편이라 낙엽과 상한 부분을 지나치가 꼼꼼하게 거르다보니 결국 구슬같은 형태로 알알이 씻어 거른 오미자로만 담그게 되었네요.

 

IMG_0999

오미자를 씻으며 거르는 중입니다. 아아, 이거슨 지옥…

 

 

IMG_1001

체에는 이렇게 탱탱하고 예쁜 구슬들만 남게되죠.

 

 

IMG_1008

갓 씻은 오미자들은 물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식품건조기에 넣어 70도가 안되는 약불에서 재빨리 건조시켜줍니다.

 

 

5kg이라는 적지않은 양을 받았더니 이 작업들을 20번 정도 반복한 것 같습니다.  2kg정도는 설탕에 재어 오미자 발효액을 만들고 3kg정도를 건조기에 넣어 건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9월 15일부터 9월 20일인 지금까지도 식품 건조기에서 말리고 있는 중입니다. 약한 온도로 말리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발효액은 저 뿐만이 아니라 살림을 잘하는 언니들도 의외로 많이 실패하곤 합니다. 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매일 잘 저어주는 과정이 보통이 아닙니다. 발효액을 만드는 통이나 기구들을 열과 에탄올로 깨끗이 소독해야 하고, 애초에 양조절을 잘 해서 설탕을 위에 덮어줘야 하는데 귀찮기도 하고 굉장히 많은 과실과 설탕이 들어가는데 곰팡이라도 피기 시작하면 눈물이 나죠. 그래서 초보자를 위한 저만의 팁이 있습니다. 이건 제가 매실을 담글 때 큰 유리병들을 사용하고 있어 고민하던 중 발견한 건데요. 바로 1L우유병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IMG_1020

1L우유병에 발효액을 담그면 요런 비주얼이 됩니다. 끝내주죠?!

 

1L우유병에 발효액을 담글 때는 과실과 설탕의 양을 1:1로 각각 400g씩 넣어주면 여유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1:1의 비율로 넣어주게 되면 설탕이 아래로 가라앉는 사태가 발생하니 처음에는 1:05의 비율로 과실과 설탕을 재어줍니다. 예를 들어 과실 100g을 넣으면 설탕을 50g씩 넣는거죠. 그걸 반복한 다음 과실 400g을 넣었을 때 설탕의 비율은 200g이 됩니다. 그 다음 마지막 설탕 200g을 한꺼번에 넣어 마무리를 하면 사진과 같은 비주얼이 나오게 되죠. 그럼 설탕이 지나치게 밑으로 가라앉을 걱정 없이 발효액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어주면 더 좋겠지만 굳이 저어주지 않고 병을 매일 흔들어서 가스만 빼줘도 설탕이 웬만큼은 다 녹아 과실을 거를 때 쯤 되면 완전한 발효액이 됩니다.

 

설탕에 대해서도 요즘 말이 많은데요, 저는 유기농 황설탕을 주로 이용합니다. 올해 6월에 매실을 담글 때 마스코바도(사탕수수만을 이용해 순수하게 끓여낸다는 비정제 설탕)로만 넣어서 실험을 했더니 색이 완전 까맣게 나오더라고요. 아직 완전히 익지 않아 맛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어떤 설탕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힘듭니다. 주변에 발효액을 오랫동안, 자주 담그셨던 분들의 말씀으로는 발효액에는 정제된 백설탕이 가장 좋다는 평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백설탕이 집에 없는데다 일반 유기농 설탕을 포대로 사두어 집에 있는 것을 사용했습니다.

 

IMG_1007

오미자 400g씩 5병을 만들었으니 2kg 분량의 오미자로 발효액 만들기가 완료됐습니다. (2015. 9. 15) 뒤에는 올해 6월과 8월에 담근 매실발효액과 아로니아발효액이 있습니다.

 

IMG_1024

하루가 지나자 설탕이 녹아 이렇게 되었어요. 물론 물이 생긴 부분을 좀 흔들어서 더욱 잘 녹게 해줬습니다.

 

 

photo_2015-09-21_00-19-22

닷새가 지난 2015년 9월 20일의 모습입니다.

 

 

photo_2015-09-21_00-21-42

나머지 3kg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이렇게 바싹 마르고 있는 중입니다.

 

 

IMG_3157

잘 말려진 오미자는 이렇게 냉침을 해서 차로 마시면 새콤하고 맛있어요. 1L당 티스푼 4-5정도 넣으면 좋아요. 몇 번 물을 넣어 우려마셔도 좋습니다. 단, 찬물이라 이렇게 되기까지 적어도 4시간 정도가 걸려요.

 

이전엔 당연히 사먹어야 될 줄 알았던 발효액들, 사실 하룻밤만 고생하면 별 거 아닌데 그동안 왜 이렇게 편하게 먹으려고만 했는지 모르겠어요. 이젠 자신의 먹을 것을 스스로 만들어 먹는 것이 당연해진 지금의 제 변화가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