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했으나 퇴화했다, <굿와이프> 한국판

 

한굿판 굿와이프 포스터

 

뒤늦게 정주행한 한국판 <굿와이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15년동안 ‘검사 와이프’가 직업이었던 변호사 혜경의 말빨과 승소는 수퍼히어로가 우주괴물을 물리치는 SF보다 짜릿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혜경이 되어야겠다 되뇌였다. 그러다 이내 왠지 모를 자괴감에 휩싸였다. 이 감정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내친김에 미국판 굿와이프 다섯편을 정주행했다. 그러자 내가 혜경을 보며 느꼈던 자괴감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여성 주인공을 실장님, 회장님 등 자산가님들에게 업혀가는 민폐녀로 그리는 국내 드라마 시장을 떠올려보면 상대적으로 진보한 형태의 한국판 굿와이프에서 조차 ‘한국 드라마가 여주인공을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느껴졌던 것.

특히 품성갑 여주에 회개하는 주변인들이 그 대표적인 예. 극중에서 순진한 마누라를 두고 뚜렷한 바람을 두 번이나 피운 것으로 보이는 그냥 쓰레기인 태준도 자신의 진정한 사랑, 혜경을 위해 물불 안가리는 ‘쓰랑꾼’이 되고, 승소를 위해서라면 모든 일이든 다했던 중원도 “네 옆에 있으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라 한다. 일을 위해선 남을 수시로 등처먹으면서도 죄책감 느껴본 적도 사과 따위도 해본 적 없다던 김단도 유독 품성갑 혜경 앞에서만 미안함을 느끼고 진심으로 위한다.

미국판 굿와이프 역시 여주가 딱 부러지는 캐릭터로 나오는 것은 분명하지만, 혜경처럼 첫 등장과 함께 오오라를 풍기는 인물은 아니다. 품성과 일잘을 모두 탑재한 혜경이 아무리 수석이었다 해도 고작 사법연수원 수료자이지만, 알리샤는 전직 최고 수임료를 받던 변호사다. 그런 알리샤에게도 10년간의 공백이 가져온 빈틈은 분명 나타난다. 반면에 혜경의 일처리 능력은 어떻던가. 마치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듯 능숙하고 빠르다. 사법연수원 수료한 것 외에는 전직 15년차 주부였는데 말이다.

 


 

미국판 굿와이프. 개인적으로는 오래되어서 인지는 몰라도 인물에서 오오라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제 로펌에 존재할 것 같은 좀 더 친근하고 현실적인 인물들로 느껴진다.

 

슈퍼우먼은 비단 혜경 하나가 아니다. 혜경의 파트너이며 라이벌 관계인 김단조차 드라마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하고 천재적인 일머리를 보인다. 어느정도냐면 한국처럼 상명하복으로 대표된 조직문화에서 변호사 보다 포지션이 낮은 20대 조사원에게 연차가 높은 변호사와 대표가 조언을 구할 정도다(!). 이렇게나 특수한 그녀는(!) 합법과 편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원더우먼처럼 모든 일을 능수능란하게 해치운다.

혜경은 감정이 무너지다가도 다시 부여잡고 단단하게 일어나는 과정을 많이 보여주지만, 김단은 처음에는 미움받을 용기를 장착한 마이웨이를 걷다 후반부에 가서 돌연 다른 사람이 되어 혜경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김단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지 못한 대본의 문제인지 처음 연기에 도전한 아이돌 가수인 나나의 연기력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패셔니스타로 등장해 화려한 캣워크를 선보이는 일머리부터 쉴 때는 클럽에서 ‘내가 제일 잘나가’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언니까지 섭렵한 김단이라는 캐릭터는 오히려 드라마의 몰입감을 깨뜨린다.

그렇다면 미국판 칼린다는 어떨까. 우선 한국판이나 미국판이나 ‘김단’ 혹은 ‘칼린다’로 나오는 인물들은 외적으로 봤을 땐 그리 전문적인 여성으로 보이진 않지만(이 둘은 드라마에서 커리어우먼으로 그리는 스타일링에서 많이 빗겨가 있다), 주인공과 케미를 이루며 일을 아주 잘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칼린다’는 운전 똑바로 하라는 사람에겐 진심을 담아 욕하며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고, 웃기도 화내기도 하는 입체적인 인간이 아니던가. 도덕성 외엔 너무 완벽해서 경이로운 김단보다는 훨씬 자연인에 가까운 ‘사람’이다.
한국 드라마는 이렇게 전문직 여성을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모태일잘’로 그리는 것이다.

 

이건 번왼데 한국 정서와 너무 비슷해서 혼란스러운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자기 아들 끼고 돌면서 며느리한테 잔소리하는 시엄마. 아아, 나의 천조국에서 이런 시엄마가 존재하다니 믿을 수 없어!!! 심지어 미국 시엄마는 한국 시엄마보다 더 독하다. 김혜경이 너무 다방면에서 완벽한 인간이라 시엄마에게 욕을 덜 먹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만.

 

 

활활타는 지구화덕 이야기

어느날 문득 구글링하다 발견한 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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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ㅋ 대박 ㅋ

 

 

헬조선의 청년으로 살고 있는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디자인이로다(…)

요즘 일하고 있는 잡지(전원속의 내집)에서 한 번 다뤄봐야겠다 싶어 폭풍 구글링을 통해 출처를 찾아 원작자인 릭 아저씨에게 메일을 보냈다.

 

-안녕, 릭 아저씨! 나는 한국의 전원속의 내집 에디터예요. 아저씨 작품 중 Third Rock을 우리 잡지에 소개해도 돼요? 블라블라블라(…)

 근데 질문 하나만 할게요. 왜 이런 작업 하심?

 

쿨한 릭은 바로 와이프에게 내 메일을 토쓰했고, 릭의 와이프 도나가 다음날 시크하게 사진을 하나 보내줬다.

– Third Rock© Globe of the Earth 이거 첨부했다. ㅇㅇ (아니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디가고…)

 

췟… 하지만 난 이미 꽂혀버렸지. 그렇기 때문에 이걸 메인으로 기사를 작성하기로 한다.

-편집장님, 이거 도비라(main page)로 하고 싶은데요.

-헉. 독자들이 페이지 넘기다 깜짝 놀라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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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jpg

 

 

 

기사가 나가고 시종일관 쉬크했던 릭부부에게 완성된 pdf파일을 보내주자…

-오 고마워! 우리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올렸어. 뭐 더 궁금한 거 없니? (너무 빨리 물어보시는 거 아님?)

기사는 얼마전 네이버 캐스트에도 소개가 되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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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바로 원작자 릭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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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 넘나 조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이 사진 올리고 싶어서 굳이 블로그함)

 

 

휴… 쓰고나니 아무말 포스트.

뤽 아저씨 오래 사세요! 작업도 오래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