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지렁지렁

지렁이를 키운지 열흘째다.

지렁이가 사는 흙에서 전기를 생성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워크숍에서 입양받은 지렁이로, 지렁이로 전구 켜는 것보다 지렁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에 신청해 분양까지 받았다.

우리집 베프랑 손 잡고 가서 각자 한 통씩 받아왔는데 둘이 살면서 밥도 잘 안 해먹는데 음식물을 남기면 얼마나 남기나 싶어 한 통은 다른 페친에게 나눔했다.

다른 지렁이 1통을 가져간 페친은 다행히 세번째(!) 이사를 가게 된 비운의 지렁이 100마리 가량도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특히 지렁이 상태가 좋지않아 책도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렁이들이 좋은 분을 만나 다행이라는 안도와 폭풍 감동을 받았다. 🐛❤️

암튼 우리집 지렁님들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자면, 우리집 지렁이 가족들도 아직은 두 번의 이사와 온도 변화를 적응하지 못하시는지 넣어놨던 음식물도 아직도 드시지 조차 못하고 계신다.
그래도 나름 상태가 호전되고는 있다.
10마리 정도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돌아가시고(R.I.P…), 나머지는 이제 좀 움직임에 생기가 돈달까.
예전처럼 축 늘어져서 가까스로 움직이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아마 다음주 쯤이면 밥도 먹지 않을까 싶다.
우리 지렁이가 많이 회복된 데엔 화분받침을 이용해 바닥이 닿는 면을 띄워서 통풍이 잘 되게 한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근데 통풍이 너무 잘 되니까 흙이 금방금방 말라서 물을 자주 뿌려줘야 한다는 귀찮음도 있다.

 

하지만 생명을 키우려면 자주 보고, 돌보는 것도 필요하다.

물을 뿌려주니 마구마구 꼬물꼬물 대며 좋아하는 모습이 은근 힐링 되기도 하고.
우리집 새 가족들을 사진으로 인증하고 싶지만, 눈으로 보면 나름 귀여운데 사진만 찍어놓으면 혐오스러워져서 일단 사진은 패쓰.

더 잘 키워서 육아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