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목선인장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모험, <금강식물원-이소요> 워크숍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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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인장들이 주제인 워크숍입니다.

 

여기 보기만해도 흡족한 아름다운 선인장들이 있습니다. 색색의 고운 빛과 동글동글 귀여운 모양.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외모를 갖고있죠. 이들에게는 ‘레드팝’ 같은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듯한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생산 되었지만, 해외에서 인기가 많으니 K-pop에 견주어도 어색하지 않겠네요. 그런데 원예 전공자인 제가 그동안 생각하지도 못했던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이 식물들에겐 정체성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사람이 아닌 식물로의 정체성이라니. 무슨 말일지 의아하다면 작가의 모험에 재미있게 동참할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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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는 이소요작가 입니다.

 

이소요 작가는 생물을 전공한 연구원이었습니다. 연구원 이후에는 내셔널 지오그라피 코리아에서 취재기자로 활동을 하다 돌연 미술을 전공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작가가 호기심이 많은 인물이며, 호기심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이 작가는 우연히 네덜란드 여행을 떠났고, 화훼시장에서 각양각색의 선인장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선인장들이 접목으로 탄생된 모습이라는 정보를 일러주던 상인이 작가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습니다(당연히 한국에서 왔다는 답을 했겠죠). “이 선인장의 70%가량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는 네덜란드 상인의 한 마디에 이소요작가는 수입하는 농장을 직접 찾아가 접목선인장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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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암스테르담 꽃시장에서 만난 선인장 사진들과 함께 여행담을 들려줍니다.

 

네덜란드에서부터 시작된 접목선인장 추적은 국내에서도 계속됩니다. 접목선인장의 아름다움에 홀린 것인지 접목선인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찾아가던 작가는 누구도 의아해 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레드팝’같은 예쁜 이름이 붙어 수출되는 접목선인장들에게 학명이 없다는 겁니다. 학명이 없다는 것은 식물학계에 Data Base화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시말해 ‘레드팝’은 인기가 식어서 아무도 찾지 않는다면 그런 식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없었던 것 처럼 잊힐 수 있다는 것이죠.

작가는 식물의 물관과 물관이 만나고 이어지는 것으로 전혀 다른 두 식물이 한 몸이 되고, 전혀 다른 개체가 된다면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만 한다면 다들 지루해 하겠죠? 그래서 작가는 접목 선인장의 원리를 알려주면서, 직접 선인장을 접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워크숍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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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접목에 필요한 재료들입니다.

 

비록 인위적인(?) 탄생이지만 이 과정에도 수고로움과 상상력이 필요한 법이죠. 선인장 접목을 하기 위해서는 접목한 선인장 여러 종류와 소독된 칼, 지지대와 실이 필요합니다. 선인장을 노려 보며 어떤조합이 예쁠지를 구상해야 하니 예술적 감각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작가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면 누구나 해낼 수 있습니다! 물론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살아있는 식물을 날카로운 칼로 단호하게 베는 건 주저하게 되는 일이지만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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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목이 완성된 선인장입니다.

 

드디어 참가자 모두가 접목 선인장을 완성하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경험하면 짧은 모험은 끝납니다. 그 생명에 이름을 붙여주고 잘 돌봐주는 것으로 모험의 여운을 이어나가야겠죠. 선인장 접목 워크숍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풀 한포기를 보더라도 학명과 계보를 생각해보는 시각 하나가 더해질 겁니다. 이렇게 모험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이토록 사려깊은 식물덕후의 워크숍, <금강식물원-김이박> 후기

미술이나 문학 등 많은 분야의 창작자들이 널리 알려져있지만, 식물을 다루는 작가들은 많이 알려져있지 않죠. 식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나 활동가들을 소개하고 체험해보는 워크숍 <금강식물원>은 그래서 더욱 단비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많이 지나긴 했지만 지난 5월 21일, <금강식물원-김이박> 워크숍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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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식물원> 워크숍 장소인 을지로 SLOW SLOW QUICK QUICK. 오래된 허름한 건물 속에는 이 곳을 터전삼아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야무지게 꾸며놓은 퇴폐적이기도, 발랄하기도 한 재미있는 세계가 펼쳐져있습니다. 반전잼!

 

김이박 작가는 2015년 식물 치료 프로젝트 <이사하는 정원>을 발표하고, ‘식물의 삶’에 초점을 맞춰 표현해 온 작가입니다. 이번 워크숍은 김이박 작가의 그동안의 작품, 활동 등에 대한 소개와 참가자 각자에게 맞는 식물을 직접 분갈이 해보고 관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참가를 신청한 사람들은 사전에 키워봤던 식물이나, 식물을 키울 장소에 대한 햇빛, 바람 등 자세한 환경에 대한 사전 인터뷰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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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1부 장소. 세미나도 할 수 있고, 공연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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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옆에는 온실이 있었는데 김이박 작가의 공간은 아니고, 금강식물원을 기획한 김양우작가의 공간입니다. 김양우작가도 식물로 작업도 하고 <금강식물원>을 꾸준히 기획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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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많은 식물덕후 김이박 작가의 워크숍이 시작됐습니다.

 

화훼디자인과 미술을 전공한 김이박 작가는 <이사하는 정원>의 소장이며, 식물로 작업을 하거나 그림도 그리는 작가입니다. 1부에는 화훼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작업을 소개했는데(작업이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검색을 참고해보세요), ‘화훼디자인=예쁘다’는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뒤엎는 그로테스크한 작업들이 흥미롭습니다(물론 김이박 작가는 예쁜 작업도 아주 잘하는 플로리스트이기도 합니다).

그로테스크한 꽃작업 외에도 흥미로운 작업들은 많습니다. 작가의 자취방 앞 화단에 심어놓은 식물을 훼손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위해 캠을 설치해 감시를 하기도 하고, 한 지역의 흙을 열심히 수집해서 흙 속의 씨를 틔워보는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식물의 생을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김이박 작가는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식물 세밀화도 아주 잘 그리는데, 식물의 병반이 세밀화로 그려지니 예쁘게 보이는 효과가 있기도 합니다.

 

 

 

 

 

 

 

 

 

작가의 작업들을 공유하는 1부 워크숍이 끝난후, 이어서 본격적인 실습을 해볼 수 있는 2부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2부 워크숍은 1부 워크숍이 열렸던 장소의 밖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마당같은 느낌이 든 곳에 참가자의 이름과 분갈이용 토분과 여러 종류의 흙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식물의 정보가 적혀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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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전인터뷰를 바탕으로 김이박 작가가 준비한 헬리오트러프와 분갈이 kit입니다. 그리스어로 해바라기라는 뜻을 지닌 헬리오트러프는 꽃에서 바닐라 향이 나기 때문에 달달한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취향저격을 할 수 밖에 없는 식물입니다. 이렇게 어릴 때 보면 꼭 초본(풀같이 목질이 없는 식물을 뜻합니다)같은데, 사실 나무입니다.

 

2부 워크숍은 1부 워크숍이 열렸던 장소의 밖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마당같은 느낌이 든 곳에 참가자의 이름과 분갈이용 토분과 여러 종류의 흙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식물의 정보가 자세히 적혀져 있습니다. 사전인터뷰를 바탕으로 준비한 식물들이기 때문에 각자의 환경에 키우기 좋은 각각 다른 식물을 배정받았는데요. 옆에 캣맘, 캣파파인 참가자들은 고양이를 위한 캣닢을 배정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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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갈이 하는 방법과 식물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김이박 작가

 

2부는 본격적으로 분갈이를 해보는 체험은 물론, 지속적으로 식물을 기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수업형태로 진행되었는데요. 사실 저도 여러 식물을 키우고 있지만 대충 화분에 흙을 넣어 심고 있었는데, 김이박 작가의 워크숍 덕분에 처음으로 정석으로 분갈이를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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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특성도 세세하게 적어놓았지만, 앞으로 분갈이를 할 때도 유용한 팁으로 모셔둘 수 있도록 참가자 한 명 한 명에게 분갈이에 필요한 흙들의 정보도 정리해주었습니다.

 

정석 분갈이는 화분 선택부터 다릅니다. 물빠짐과 통기성이 좋은 독일산(!) 토분을 나눠주며 화분 소재에 따른 특징을 설명해 줍니다. 본격적인 분갈이에 돌입해 물빠짐을 좋게 하는 돌을 맨 밑에 깔고, 식물에 특성에 따라 작가가 준비해 놓은 골드아이언과 제오라이트, 게르마늄도 넣어줍니다. 각각 영양과 산화방지, 뿌리가 썩지 않게 하는 작용을 하게 해주는 요소들이죠.

베이스가 되는 흙은 작가가 미리 살균해 온 피트모스입니다. 피트모스에는 펄라이트를 섞으야 하는데, 피트모스에 펄라이트가 왜 필요한지 초보들을 위해 친절한 설명을 더해줍니다. 나무 이끼 등을 가공한 피트모스는 입자가 촘촘하기 때문에 뿌리 흡착이 잘 되지만, 통풍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진주암을 튀긴 펄라이트를 넣어줘 뿌리가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야하기 때문이죠. 일반 흙 대신 가벼운 피트모스를 베이스로 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토분에 분갈이를 했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 화분을 가볍게 들고 갈 수도 있습니다.

작가의 친절한 가르침을 받은 분갈이 초보 참가자의 분갈이가 끝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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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신청자가 안온덕에 김이박 작가가 키우던 아글라오네마 엔젤도 저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크레파스로 마구 칠해놓은 듯한 거친 색 조합을 가진 독특한 매력이 있지요. 영화 <레옹>에서 레옹의 유일한 친구로 나왔던, 레옹이 늘 한손으로 터프하게 들고 다녔던 그 화분과 같은 종류입니다.

 

워크샵이 끝나자 식물을 안전하게 가져가기 좋게 이렇게 깔끔하게 포장해줍니다.

 

마지막 포장까지 완벽했던 이 워크숍에도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요. 재료값에 불과한 참가비 5,000원에 작가의 노동력과 애정이 너무 많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작가가 키우던 화분을 분양받은 5명(선착순)에게는 참가비가 면제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식물에 애정을 갖기를 바라는 김이박 작가의 마음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다음 워크숍부터는 작가의 노동력도 존중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책정 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과 미안함, 고마움이 남았습니다.

 

 

김이박 작가에게 선물처럼 받은 저희집 반려식물들은 아직도 잘 자라며, 여전히 저희에게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 🙂

 

 

p.s. 김이박작가의 작업이 궁금하시다면 페이스북 페이지(링크), 블로그(링크)를 방문해 보실 수 있고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종로 반쥴에서 열리는 개인전<노심초사>를 보러 가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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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반쥴에서 전시중인 김이박 작가의 개인전 <노심초사>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