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 가습기를 만들어보자!

몇 달 전, 크리스마스 트리를 솔방울로 만드는 DIY 외고를 하나 썼었다. 사실 널린게 솔방울인데 탱자탱자 놀다 마감에 임박했을 때 솔방을을 급하게 구하려다 보니 차라리 사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 흔한 솔방울을 구하지 못해 6,000원을 내고 샀다(는 굴욕은 안자랑). 그러면서 솔방울 사는 팁을 원고에 쓰며 정보를 더했으니 좋은 것 아니겠냐고 애써 합리화를 해본다.

 

원고를 마감하고 방구석에서 굴러다니는 솔방울들을 소환해서 그래도 돈 주고 산건데(ㅠ_ㅠ) 하며 뭘 할까 생각해봤다. DIY한다고 뭘 잘라 붙이는 건 너무 귀찮은데다 전시할 공간도 없고, 나같은 귀차니스트에겐 물에 불렸다 가습기로 쓰는 솔방울 가습기가 가장 좋을 것 같다 싶어 솔방울 만들기에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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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을 깨끗이 씻어 물에 불린다.

 

솔방울을 잘 씻어서 물에 넣어준다. 그 다음에 끓는 물에 살짝 데쳤는데, 산1 냄새와 더불어 이상한 화학물질 냄새가 난다. 뭘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나무에서 나오는 송진 냄새였다. 솔방울을 데칠 때 너무 많이 데치면 냄비에 송진이 더덕더덕 붙어서 떨어지지 않게 되는데, 애초에 빨래삶는 용도 같은 막 쓰는 냄비를 사용하거나 뜨거운 물에 퐁듀만 시켜주는(?) 방식으로 살짝 데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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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이 통통해지면 어디든 담아 건조한 곳에 보관하자.

 

 

겁조하게 벌어진 솔방울들이 물을 머금어 통통해지면 잘 담아 건조한 곳에 보관하면 끝이다. 솔방울들이 마르는 정도는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한데, 우리집의 경우에는 제법 건조한 편이라 매일 물에 담궈두는 편이다. 솔방울이 벌어지면 한 번씩 물에 담궈 통통하게 만들어 준 다음, 이 루프를 무한 반복해 질릴 때까지 사용하면 된다.

 

솔방울은 많은 조경수 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돈이 전혀 들지 않는데다(물론 난 예외), 자연물이라 어디다 둬도 운치있게 잘 어울린다. 어두운 나무색인데다 적당히 수분이 있는 상태에서는 송진 때문에 표면이 반짝반짝 빛나 계절감을 더해준다. 이 정도면 쉽고 간편하게, 적당히 예쁘게 집안에 두기 좋지 아니한가.


  1. acid, alive말고 Mt. ←요걸 엠티로 받아들이면 곤란데스요.  

새끼를 꼬아 만드는 크리스마스 리스 (feat. 소란)

오늘은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이지만, 양력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동지보단 크리스마스 D-3이 더 익숙하다. 사실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별 의미를 부여할 일이 없는 날이지만, 사람들이 씌워놓은 로맨틱한 이미지와 한 해의 마지막에 다다른 날짜이기에 누구보다 화려하고 재미있게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화려한 데코가 필요한 법. 크리스마스를 기념한 듯 아닌듯 한 것 처럼 리스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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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즈음 으레 걸려있는 아이템, 크리스마스 리스 (이미지 출처)

 

악령을 물리치고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크리스마스 즈음 많이 집 현관에 많이 거는 아이템, 크리스마스 리스. 하지만 우리에겐 크리스마스와 함께 서양에서 넘어와 그 즈음이면 으레 걸려있는 아이템인지라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떼어서 창고로 치워버려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짚을 엮은 리스를 만들기로 결정. 마침 청년허브에서 무료로 알랴준다하니 아름답지 아니한가. 그럼 위대한 퍼머컬쳐 아티스트 소란과 함께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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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준비물. 여러가지 종류의 짚과 나무줄기, 나무 열매 등등등

 

 

오늘의 준비물인 여러가지 종류의 짚과 나무줄기, 나무 열매 등이 준비되어 있다. 전부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것들. 그래서 소란느님께서 하나하나 잡고 설명을 해 준다. 사실 긴 말이 필요 없으므로 이제부터는 짤방으로만 정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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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강의를 진행하시는 소란느님. 사진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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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방울 솔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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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솔방울은 오리나무 열매! 습지에 퍼지면 무서운 번식력을 자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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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토종옥수수. 지난 여름 엄청 맛나게 먹었다는 소개에 크리스마스 리스고 뭐고 내 눈엔 너만 보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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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짚을 따로 소개한 이유는 갈대의 줄기여서. 색 변화를 주고 싶을 땐 갈대의 줄기를 사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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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벗나무 줄기. 마침 봉오리가 예쁘게 올라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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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깨알같아 보이는 아이템은 염주나무 열매. 옛날엔 이걸 깍아서 염주를 만들었다고. 사람 체온에 따라 열매의 색이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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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청가시덩쿨 (아래) 댕댕이덩쿨. 청가시덩쿨은 옛날에 임질 같은 성병에 많이 쓰였다고 한다. 원래 이런 쓰임새가 있는 식물들은 기억에 잘 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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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같지만 주목나무. 가을에 빨간 플라스틱 같은 열매가 달리는데 그게 그렇게 몸에 좋다고. 먹어보면 단 맛이 나는데 씨까지 먹으면 큰일 남. 회사 사옥같은데에 조경용으로 참 많이 심어들 놓는다.

 

 

 

여기까지 대략적인 설명을 끝. 사진에 안 나온 재료들로는 우리나라 전통 소나무와 리끼다 소나무, 신갈나무 열매 같은 우리가 도토리라고 싸잡아 부르는 나무 열매들이 있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 (사실 레인보우 지숙st.로 써내려가고 싶었지만 포기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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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으로 동그랗게 똬리를 튼다. 뭔가 허술에 뵈지만 이정도 되면 얼추 완성됐다 치고 내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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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집을 쥔다. 좌2, 우2개씩 총 네 가닥을 잡는다. 너무 얇으면 임의로 3가닥을 해도 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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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꼬기 장인 소란의 시범. 좌2 우2개를 잘 비벼서 꼰다. 땋은 머리 비주얼로 길게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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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완성된 나의 새끼와 아래 또아리. 하필 저런 옷을 입고가서 온 동네 지푸라기를 다 뭍히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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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을 합쳐서 좀 더 짱짱하게 짚을 덧대주면 대략 이런 비주얼 완성. 현재까지는 머리 위에 올리고 독을 이고 다시는 또아리 같은 비주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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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좀 붙여봤는데… 쬐끔 리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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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눈독들이던 토종옥수수까지 달고 나니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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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만들면 이렇게 됩니다(또르르).

 

소란스승께서 가라사대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겨울에 저런식으로 리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저렇게 씨앗을 꽂고 데코 겸 겨우 내 잘 말려두었다가 봄에 파뭍으면서 또 농사를 시작했다고 하니, 나도 잘 모셔두고 내년엔 꼭 맛있는 옥수수를 수확하기로. 혹시나 옥수수 씨앗을 나눠받고 싶다든가, 내년에 내가 수확한 옥수수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은 따로 연락하라우. 그럼 레인보우 지숙을 빙의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던 혼신의 포스팅 끝.

 

p.s 오늘은 바구니 만들러 가지롱! 꺄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