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해바라기🌻 아무말 수확기

올해 수확한 해바라기. 나름 실하다 (아래 어미를 생각하면…)

 

 

작년에 씨앗을 받아 옥상에 심은 토종해바라기를 수확했다.

2016년의 삼두(?) 해바라기. 풍선초와 수박, 코스모스, 상추, 잡초, 앵두, 바질이 더 잘 보이고 해바라기는 맨끝에 있는게 함정이다.

 

2015년 말에 ‘토종이 자란다‘에서 받아 2016년에 심었던 해바라기는 옥상 화단의 대대적인 방수공사로 인해 한번 뽑혔다 다시 심긴 역사가 있다.

엄연히 우리 가구가 농사짓던 화단이었는데(우리 빌라는 희망자 각자가 화단의 일부에 농사를 짓고 있다) 말도 없이 공사를 강행해 반장아저씨와도 갈등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죽게 된 작물도 많아 사실 다시 살아날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던 녀석이다.

토종해바라기는 ‘1개체 1두’가 특징이라는데, 뜻하지 않은 사고로 3두가 되어버린 비운의 녀석.

 

노심초사하며 반쯤 포기상태로 지켜봤지만, 잘 자라주어 이렇게 자식을 만나게 된다.

3두 해바라기의 3형제

 

물론 전부 우량아로 자라주지는 않았다.

 

잘 자라지 못한 아이들은 ‘슬로우 슬로우 퀵 퀵’에서 진행한 토종씨앗 워크숍(나중에 반드시 후기를 남기겠습니다ㅠㅠ)에 꽂아두었다. 워크숍의 분위기와 제법 잘 어울렸다.

 

잘 자란 해바라기는 다시 엄마가 되어 자손을 남긴다.

 

해바라기 씨앗은 잘 갈무리해야 먹을 수 있고, 또 주변에 나눠 대를 이을 수 있다.

이렇게 뜯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아프다 닝겐아 좀 살살 뜯어라😫

 

해바라기 씨앗은 사랑입니다💕

 

작년엔 해바라기 씨앗을 껍질째 볶았다 낭패를 봤다.

자주가는 맥주집(aka Keg. B)에 들고 갔으나 겉은 타고, 껍질은 잘 안 벗겨지는데다 하나도 속은 하나도 안 익어 안하니만 못한 해바라기 씨앗 구이를 먹었는데…

이번엔 이틀동안 껍질을 깠다(!) 해바라기 씨앗은 내 엄지손톱 기준으로 1/10크기로, 매우 작다.

이틀동안 껍질을 깠는데도 물구하고 세 줌 정도 나와서(…) 결국 냉장고에 장기투숙하던 잣과 아마란스를 다 때려넣고 구웠다.

해바라기를 기르고, 수확하고, 씨의 껍질을 벗긴 그 과정이 너무나 지난하여 먹기가 아까워 유리병에 모셔놨는데 벌써 다 먹었다.

 

집에 있는 견과를 함께 때려넣고 볶아먹으면 꿀맛 with 후추&소금

 

해바라기 씨 껍질을 까며 다시 한번 느꼈다.

인간이 먹는 건 얼마나 힘들게 얻어지는지.

나란 인간 정말 별 거 아니구나(뜻밖의 해탈).

 

먹고나서 두번 느꼈다.

이거 하루만에 열 줌 먹겠다고(잣 때문에 부피 증가) 나는 이틀동안 대체 뭘 한 건지(심지어 오른쪽 엄지손톱 부근에 물집도 잡혔다).

근데 이 와중에 진짜 맛있고 난리.

소금과 후추를 적당히 넣어 간을 하고, 잣에서 기름이 많이 나오니 그냥 그렇게 10분 달달 볶았을 뿐인데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아마란스가 중간에 톡톡 터지는 식감도 별미다.

정말 고생스럽지만, 내년엔 더 많이 심어서 일주일까고 더 많이 먹을거다.

 

아무말 수확기 끝